모든 것은 빛난다 : 삶이 성스러워지는 순간은 분명 존재한다


롱블랙 프렌즈 B 

어느덧 세밑입니다. 책 읽기로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하면 어떨까요. 마침 롱블랙 피플과 읽고 싶은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제목은 『모든 것은 빛난다』. 신간은 아닙니다. 원서는 미국에서 2011년, 한글 번역본은 2013년 출간됐어요.

십 년도 전에 나온 책을 집어 든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책 한 권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리라 기대하긴 어렵죠. 하지만 어떤 책은 적어도 우리에게 위로가 돼 줍니다. 이 책이 그런 책입니다. 빛나는 것만이 삶은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삶의 순간순간은 빛난다는 것을 말해주거든요.


Chapter 1.
우리 시대의 허무주의

때때로 허무함에 휩싸일 때가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무는 이 맘 때면 더욱 그런 맘이 더 듭니다. ‘이룬 것도 별것 없는데, 시간이 이토록 빨리 지나간다니.’ 문득 ‘어쩌면 내 인생 전체가 스르륵 흘러가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고개를 들어요.

다행히 저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빛난다』의 두 저자는 지금 우리 시대를 ‘허무주의의 시대’라고 말해요. 저자들의 약력을 보니 어쩐지 그 말에 믿음이 갑니다. 휴버트 드레이퍼스Hubert Dreyfus는 미국 현대철학자 가운데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혀요. 숀 도런스 켈리Sean Dorrance Kelly는 하버드대 철학교수입니다.

두 철학자는 허무주의를 어떻게 정의할까요? 선택에 ‘참다운 동기가 없는’ 상태라고 정의해요. 어떻게 행동할지, 어떤 사람이 될지, 무엇을 내 삶의 이유로 두고 살지 알려주는 확실한 지침이 없다는 것이죠.

처음엔 ‘참다운 동기’란 단어를 오해했어요. ‘내가 허무함을 느끼는 건 내 삶에 명확한 목표(목적)가 없어서인가?’했죠. 오늘 하루 탈 없이 살면 그만이다, 라는 마음가짐 때문인가 자책부터 했습니다.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선택의 순간 얼마나 확신에 찬 마음으로 움직이느냐의 문제라고 합니다. ‘지하철 영웅’으로 불린 웨슬리 오트리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