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최근 한 패션 브랜드의 투자 유치 뉴스에 눈길이 갔어요. ‘배우 손석구가 투자한 패션 브랜드’, ‘한 벌에 1000만원짜리 코트’… 레리치Lerici라는 패션 브랜드입니다.
기사를 읽다 보니 생경한 느낌이 듭니다. 레리치는 2005년 설립된 공방이에요. 바느질 장인들이 모여 손으로 옷을 짓습니다. 옷 한 벌 짓는데 90~100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전시를 한번 열면 직접 가구를 만들죠.
이런 브랜드가 투자를 받았단 겁니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패스트벤처스 같은 스타트업 투자 기관에서요. 레리치는 어떤 미래를 내다보고 있기에 벤처 캐피털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요. 차승희 신라호텔 인차지와 함께 레리치의 김대철 대표를 만났습니다.
차승희 신라호텔 F&B 플래닝 인차지
어떤 사람을 볼 때 멋지다고 느끼시나요. 잘난 사람이나 유능한 사람? 저는 존재 자체가 다른 사람을 볼 때에 매력을 느껴요.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뛰어남’보다 ‘완전히 다름’을 택한 브랜드에 설득돼요. 다름은 결코 경쟁할 수도, 추월할 수도 없는 차원이니까요.
레리치가 저에게는 그런 브랜드로 다가왔어요. 이 공방에선 장인 여덟 명이 한 달에 스무 벌도 안 되는 옷을 만듭니다. 대표는 세계적 예술가들과 옷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글을 써요. 모든 옷에 평생 수선을 해주겠다는 라이프타임 워런티lifetime warranty를 겁니다.
Chapter 1.
바느질로 빚은 백자를 닮은 옷
남산 소월로를 따라가다 보면 우측에 작은 간판이 나옵니다. 산비탈을 따라 난 계단을 굽이굽이 내려갔어요. 단풍 든 나무들이 우거져, 마치 숲 속 요새를 찾아가는 듯했죠.
계단 아래, 700평 대지에 2층 건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으로 알려진 청회색 빛 벽돌집. 아치형 창문이 멋들어진 이곳이 레리치의 공방 겸 사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