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니 : 익숙함 9에 새로움 1, 정교한 환상을 만드는 황금비율


롱블랙 프렌즈 L 

혹시 ‘아네모이아anemoia’를 느껴본 적 있어?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느끼는 향수’를 말해. 요즘 라이프스타일 업계에서, 이 ‘아네모이아’가 꽤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어. 

뉴진스만 봐도 그래. 디토Ditto뮤직비디오에서 2000년대 학창 시절을 그려냈는데 요즘 10대들이 열광했어. 과거의 감성을 100% 재연만 하진 않았어. 요즘 감각에 맞도록, 꼼꼼하게 설계하고 다듬었지.

패션 업계에도 이렇게 정교하게 환상을 다듬는 감각을 가진 브랜드가 나타났어. 이름은 글로니GLOWNY. ‘2000년대 미국 빈티지’를 표방하는 여성 패션 브랜드야.  

처음엔 좀 당황했어. 제일 잘나간다는 클래식 라인이 너무 평범해 보였거든. 무지 티셔츠와 나시, 반바지야. 아무런 그래픽도, 로고도 없어. 반전은 이 클래식 라인이 무신사 라이브 방송에서 하루 만에 매출 3억을 달성했다는 거야.


글로니 최제인, 최지호 대표 

유난히 덥던 날, 글로니의 사무실을 찾아갔어. 꼭 호텔 같더라. 남산타워와 신라호텔이 한눈에 보이는 거대한 통창. 그 맞은편으로는 원목 바닥과 푹신한 아이보리색 소파가 빛을 받고 있었지. 윤기나는 검은 털을 가진 강아지 춘장이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손님을 반겼어. “햇빛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하자, 최지호 대표가 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