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북촌 설화수의 집, 더현대 서울 식품관, 오설록 티하우스… 컨셉이 확실한 공간 경험으로 유명한 곳들이죠. 이들 공간의 분위기를 만든 스타일링 스튜디오가 있어요. 2004년부터 민송이, 민들레 자매가 운영해 온 ‘세븐도어즈’입니다.
세븐도어즈는 ‘공간 스타일리스트’가 생소했던 20년 전부터 포트폴리오를 쌓아왔어요.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발맞추며 생존해왔죠. 궁금해졌어요. 왜 브랜드들은 지금도 이들을 찾고 있는 걸까요.
마침 차승희 디렉터가 민송이 대표를 만나러 간다고 하더군요. 남산 아래 자리 잡은 세븐도어즈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차승희 디렉터
반원 모양 철제 손잡이가 달린 검은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렸어요. 개량 한복이 떠오르는 차분한 아이보리색 셔츠와 검은색 치마 차림의 민송이 대표가 부드러운 미소로 인사를 건넸죠.
안으로 들어서자 포근하고 달큰한 꽃 향이 먼저 느껴졌어요. 좁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4평 규모의 아늑한 사무실이 나타났죠. 모던한 철제 조명과 하얀 책장, 세월감이 느껴지는 목제 빈티지 가구가 한 데 섞여 있었어요.
냉장고를 녹여 만들었다는 모던한 플라스틱 테이블 위엔, 민 대표가 준비한 고구마와 군밤이 한가득 있었죠. 옹이가 그대로 드러난 나무 그릇에 담겨서요. 신기한 건,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였단 거예요. 처음 방문한 공간이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하기까지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