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논나 장명숙 : 삶의 모든 순간이 전성기다, 살아 있다면


롱블랙 프렌즈 B 

조금씩 단풍이 드는 가을입니다. 이 시기와 참 가까운 말이 있죠. 세월의 무상함. 노랗게 익어가는 풍경을 떠올리다 보면, 다들 한마디씩 던지곤 해요. “시간 참 빠르다.” 

세월을 붙잡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우리 삶입니다. ‘나이 들수록 더 잘 살고 싶다’는 고민을 하는 제게, 정시우 작가가 다가왔습니다. 그가 만난 한 인물과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면서 말이죠.



정시우 작가 

그 어떤 인간도 피해 갈 수 없는 것, 시간이죠. 시간과 함께 우린 늙어갑니다. 저도 늙고, 여러분도 늙죠. 그러나, 나이 듦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부정적이에요. 미디어가 묘사하는 노인 역시 노쇠한 이미지에 납작하게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다수죠. 

늙음을 터부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시간이 흐르는 게 점점 더 두려워지더군요. 그때 자연산 백발이 근사한 밀라논나* 장명숙을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았습니다. “나이 듦을 왜 두려움이란 단어와 연결하죠? 늙는다는 게 나쁜 건가요. 사회의 그런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이 들수록 얼마나 내 안에 지혜가 쌓이는데.”
*Milanonna, 밀라노 할머니라는 뜻. 

흐르는 시간을 정지시키려는 욕망을 그에게서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제 남은 인생에서 또 어떤 도전을 마주할지 설렌다”는 그에겐 오히려 변하지 않는, 멈춰진 삶이 더 비극으로 보였죠.

이후 그의 유튜브 채널 ‘밀라논나(구독자 94만명)’ 영상을 찾아봤어요. 어떤 영상은 ‘본다’가 아니라 ‘느낀다’로 다가오곤 하는데, 밀라논나가 영상에서 보여주는 행동과 말들이 그랬습니다. 그 느낌은 저만 받은 건 아닌 것 같았죠. 패션을 매개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청량한 할머니에게 인생 조언을 구하기 위해 남녀노소가 채널로 몰려들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