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기 : 더현대·신라호텔 천장 장식한 예술가, “영감은 반복을 이길 수 없다”


롱블랙 프렌즈 B 

손가락만 한 숯 조각 수만 개가 공중에 떠 있어요.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투명한 낚싯줄에 매달려 있죠. 공중에 점이 가득 찍힌 것 같아요. 한발 한발 뒤로 물러서면 그 점이 선이 되고, 면이 되고, 7m 높이의 거대한 기둥이 됩니다. 

설치미술가이자 조각가 박선기 작가의 작품입니다. 숯과 아크릴 비즈 같은 작은 오브제를 공중에 매달아 거대한 조각으로 만들어 내요. 허공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그의 숯 작품은 ‘살아있는 수묵화’로도 불리죠.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의 굵직한 공간의 천장을 수놓고 있습니다. 더현대서울부터 인천국제공항, 장충동 서울신라호텔까지. 박 작가는 해마다 새로운 공간에서 작품을 완성해 내죠. 

이걸 만드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졌습니다. 마침, 차승희 디렉터가 박 작가를 알고 있다고 했어요. 함께 서울 한남동 사무실로 찾아가 그와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차승희 호스피탈리티씬메이커 디렉터

박선기 작가는 일상의 틈에 예술을 채워 넣는 사람입니다. 호텔과 공항, 백화점부터 아파트와 도심 속 빌딩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게 하죠. 가르치지 않고, 그저 예술을 보고 느끼게 합니다. 

박 작가의 작품을 일상에서 만나기 쉬운 건, 그가 예술과 상업의 균형을 잘 맞추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대중이 원하는 것의 교집합을 잘 아는 작가죠.   

커다란 창밖으로 한남동이 내려다보이는 박 작가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그는 숯처럼 까만 셔츠를 걸쳤고, 안에는 단정한 하얀 티셔츠를 받쳐입었어요. 원형의 까만 뿔테 안경 속 서글서글한 눈매와 백발이 차분한 느낌을 줬습니다. 편안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 그는 때론 꿈꾸는 소년 같았고, 때론 노련한 전략가 같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