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K
우린 태어남을 축하하는 데엔 익숙하지만, 떠남을 받아들이는 데엔 서툴러요. 저도 가까운 동료의 모친상에서 어떤 말을 꺼낼지 몰라, 육개장만 몇 술 뜨다 도망치듯 나온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죠.
그런데 여기,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업가가 있어요. 장례 서비스 스타트업 ‘고이장례연구소(이하 고이)’의 송슬옹 대표. 우리가 죽음 앞에서 허둥대는 건, “죽음을 소화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우린 죽음을 더 빠르고 정확히 처리하게 됐지만, 더 잘 받아들이지는 못하게 됐습니다. 제단의 꽃 장식, 상차림 메뉴, 운구 차량의 가격과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장례가 끝나있죠. 이게 과연 최선일까요?”
송슬옹 대표가 고이를 시작한 이유예요. 대형 상조 회사의 불투명한 관행과 정서적 결여를 부수고, 유가족을 덜 외롭게 하겠다고 나섰죠. 롱블랙 위크 <외로움의 시대> 세 번째 주인공에 그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
송슬옹입니다. 이삿짐 센터와 웨딩 플래닝, 장례 서비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나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알기 어려운 ‘레몬 마켓*’이라는 겁니다. 특히 장례식의 유가족은 더 취약하죠. 2박3일 동안 장례식장, 상복, 음식, 도우미, 입관식, 운구차까지 빨리 결정해야 하니까요.
*불완전한 정보 때문에 품질이 좋지 않은 물건이 비정상적으로 선택되는 시장. 레몬은 ‘빛 좋은 개살구’의 뜻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