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K
올리브유 시장은 흔히 ‘산도’와 ‘품종’의 전쟁터입니다. 그런데 여기, 스펙 대신 ‘할머니의 두 눈’을 병에 박아 넣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29CM 오일 부문 1위, 세계 디자인 어워드를 휩쓴 ‘이야이야앤프렌즈’ 예요. 올리브유를 믹스커피처럼 비닐 포장한 스틱포는, 출시 1년 만에 800만포 이상 판매되었죠.
매트한 블랙 병 중앙엔 분홍색 동그란 얼굴, 그 안엔 커다란 두 눈동자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입도 코도 없는 이 낯선 캐릭터는 묘한 생동감을 뿜어냅니다. 마치 주방 구석구석을 살피는 할머니의 시선을 닮았죠.
패션 아이템도 아니고 식재료에 캐릭터를 입히는 일, 모험에 가깝습니다. 자칫 제품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까요.
이 과감한 시도를 한 디자이너를 만났습니다. 그리스 디자인 스튜디오 비트루트Beetroot의 창업자 알렉시스 니쿠. 그는 이미 여러 번 ‘판을 엎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본 사람이더군요. 그가 처음으로 엎은 판은, 다름 아닌 그리스의 국가적 비극이었습니다.
Chapter 1.
그릭 몬스터 : 조롱을 작품으로 만든 ‘창의적 괴물들’
“우릴 괴물로 본다고? 오케이, 그럼 진짜 괴물을 보여주자!”
그리스의 북부 항구도시 테살로니키에 위치한 비트루트. 유럽에서 이름난 이 디자인 스튜디오는 낙천주의로 똘똘 뭉쳐있습니다.
시작부터 그랬어요. 2000년, 고등학교 단짝 친구 셋이 모여 무작정 스튜디오를 차렸죠. “우리는 함께 있을 때 즐겁다. 그럼 뭔가 시작해보자!”라면서요. 경험도, 자본도 없었지만 “왜 안 돼Why not?”라는 마음으로 부딪혔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