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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 죽음 앞에서 ‘다행이다’ 말할 수 있는 삶

2025.12.31

한국에서 일간지 기자로 일했다. 스위스로 이주한 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다. 주로 이방인의 시각으로 본 유럽 사회에 대해 쓴다. 저서 『오래된 유럽』이 있다.

일상에서 발견한 감각적 사례를 콘텐츠로 전파하고 싶은 시니어 에디터.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과 음식, 대화를 좋아한다. 말수는 적지만 롱블랙 스터디 모임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많이 공유하는 멤버.


롱블랙 프렌즈 B 

쉽게 써 내려가기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끝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오늘 노트의 주인공은 김새섬 그믐 대표입니다. 롱블랙은 2023년 4월 그를 만났습니다. 그와 남편 장강명 작가를 함께 인터뷰한 자리였죠. 그로부터 2년 뒤인 2025년 4월, 김새섬 대표는 교모세포종을 진단받습니다. 교모세포종 환자의 생존 기간은 평균 1년. 진단을 받을 때 그는 마흔일곱이었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 김새섬 대표가 많은 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김진경 작가가 그와 여덟 차례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김진경 작가

김새섬 대표가 쓰러진 건 2025년 4월 26일 토요일입니다.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을 창업한 지 약 2년 반 만이었죠. 오랜 회사 생활을 관둔 뒤 의미 있는 일에 헌신하고 싶어 시작한 회사였습니다. 그믐은 작지만 내실 있는 커뮤니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김 대표를 찾는 곳도 점점 많아지던 시기였습니다. 

이날 낮, 김 대표는 그믐의 문학 답사 행사에 참여해 서울 서촌 인근을 두 시간쯤 걸었는데요, 행사가 이어진 책방에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두통을 겪은 적이 없었다는 김 대표는 이때의 통증을 “머릿속에서 맥박이 뛰는 것 같은 낯선 느낌”이었다고 묘사했습니다. 쉬어야겠다 싶어 집으로 돌아가 두통약을 한 알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죠. 

자다가 이상한 느낌에 깨어났는데 잠옷과 이불이 토사물 범벅이었다고 해요. 남편인 장강명 작가가 묻는 말에 대답도 못 했고요. 장 작가가 놀라서 119에 전화를 걸었죠.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이 몇 가지 질문을 했다는데요, 여기에서 김 대표의 기억이 끊깁니다. 이후 엿새는 기억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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