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B
한 분야에서 50년 넘게 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우린 그 세월을 ‘대가大家’라는 단어로 요약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의 실체는 그리 화려하지 않을 거예요. 요리사라면 수시로 주방을 닦는 걸레질, 코끝을 찌르는 기름의 향, 뜨거운 불을 견디며 흘린 땀으로 시간을 채울 겁니다.
그 시간의 가치를 듣고 싶어, 58년 경력의 후덕죽 셰프를 만났습니다. 최근 「흑백요리사 2」에 출연해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인물이에요. 그는 후배들 사이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하는 ‘현역’으로서의 태도로 주목받았어요. “요리의 세계는 끝이 없구나”라며 웍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죠.
일흔여섯의 셰프는 어떻게 자신의 시간을 쌓아왔을까요. 차승희 상무와 함께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의 중식당, ‘호빈’에서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차승희 아워홈 F&B크리에이티브 부문 상무
후덕죽 셰프는 한국 중식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그는 서울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을 43년간 이끌었고, 요리사 최초로 대기업 임원이 됐어요. 장쩌민 전 중국 주석이 그의 요리를 “중국 본토보다 맛있다”고 한 일화도 유명합니다. 2022년부터 총괄한 ‘호빈’은 2년 연속* 미쉐린 1스타도 받았죠.
*2024~2025년.
하지만 그 모든 타이틀보다 대단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가 58년째 매일같이 주방에 선다는 것.
두 차례, 총 세 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는 오직 ‘호빈’의 브레이크 타임에만 허락됐습니다. 저녁 준비를 시작하는 오후 다섯 시에는 반드시 이야기를 끝내고 일어서야 했죠. 인터뷰 후 곧장 주방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은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Chapter 1.
새벽 빗자루질로 기른 ‘성실의 근육’
후덕죽 셰프는 1949년, 서울 소공동의 화교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육 남매 중 넷째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형제 중 제일로 부지런했다”고 말했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벽같이 일어나 큰 빗자루를 들고 앞마당을 쓸었어요. 동네 어른들한테 소문이 났지. ‘얘 참 부지런하다’고. 저는 어릴 적부터 성미가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