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C
‘대전 빵택시’라고 들어보셨어요? 택시를 타면, 기사님이 짜놓은 코스를 따라 빵집을 다니는 투어예요. 빵 추천은 물론, 기사님이 웨이팅 긴 곳의 줄을 대신 서 주기까지 하죠. 2025년 11월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 벌써 올해 12월까지 예약이 꽉 찼어요. 저녁 타임 운영을 신설했을 정도죠.
한 시간에 3만원을 내야 하는 빵택시. 참여자들은 이걸 세 시간씩 탄다고 해요. 사람들은 왜 여기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걸까요? ‘성심당의 도시’ 대전을 ‘빵티칸 순례’의 현장으로 만든, 안성우 빵택시 기사를 만났어요. 그가 운전하는 택시에 올라타, 경험 설계의 비하인드도 들었죠.

안성우 빵택시 기사
2026년 3월 16일 오후 2시. 대전광역시 탄방역 1번 출구 노상주차장에서 안성우 기사를 만났어요. 어른 팔뚝만 한 식빵 인형을 들고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었죠. 인사를 건네자, 인형을 흔들며 웃어 보인 그.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10만 회를 넘긴 후기 영상에서 본 그대로였어요.
택시에 오르자, 그는 “오늘 일정부터 확인해 보라”며 종이 한 장을 건넸어요. ‘빵티칸 순례’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죠. 성심당은 물론, 대전 빵 축제에서 2022년과 2024년 두 번이나 1등을 한 빵집 ‘몽심’까지. 빵집 네 곳을 다니는 일정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어요.
운전대를 잡은 안성우 기사는 저를 시내 곳곳으로 안내하며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빵집에 가는 팁부터, 그의 지나온 인생 얘기까지. 따뜻하면서도 곳곳에서 짠 눈물 맛이 느껴졌죠.

Chapter 1.
들고양이처럼 자라, 여행하는 사람이 되다
투어를 시작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걸 먼저 물었어요. 그는 어떻게 ‘빵택시 기획자’가 됐을까. 이 질문에 그는 1962년 전남 함평에서 나고 자란 어린 시절 이야기로 돌아갔어요. “남의 눈칫밥을 먹고 살았다”는 말로 운을 뗐죠.
“저는 3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났어요. 오남매면 다복한 집이잖아요? 근데 어머님이 정신 질환을 앓으셨어요. 시골에 살다 보니, 그 사실을 남들이 다 알았지. 우리를 딱하게 보는 시선에, 괜히 내가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겠더라고.
집에서 나를 제대로 돌봐줄 분이 없어 친척집을 전전했어요. 그때부터 내 운명은 ‘들고양이’라 믿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집고양이라면, 나는 알아서 밥벌이해야 하는 들고양이’라고.”
당시 어린 안성우의 목표는 ‘고향을 빨리 벗어나는 것’이었어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는 인근 도시 광주광역시의 공업고등학교에 가기로 해요. 그 길로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배워, 건설 현장직 근로자가 됐어요. 사람들 눈치를 잘 살핀 덕에 30대 초반에 ‘현장 소장’ 자리까지 꿰찼죠.
“현장 소장이 된 이후로는 돈과 시간에 여유가 생겼어요. 그때부터 아내와 여행을 많이 다녔지. 아내가 여행을 무척 좋아했거든요. 국내는 물론, 일본이나 중국 같은 해외도 놀러 다녔죠.”

Chapter 2.
‘눈칫밥’으로 고객의 마음을 읽은 기획자
안성우 기사는 마흔둘이 된 시점에 삶을 바꿀 계기를 만났어요. 단골로 이용하던 여행사, 여행박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거든요. 그가 여행사에 남긴 후기가 계기가 됐다고 해요. 한 편의 가이드북처럼 ‘여행기’를 남긴 게, 다른 사람들의 결제를 끌어냈거든요.
*2000년에 만들어진 여행사. 2018년 NHN이 인수했으나, 팬데믹 이후 경영난으로 2025년 폐업했다.
2004년, 안 기사는 여행박사 대전지점장으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전국의 건설 현장을 떠돌며 일하던 그가 대전과 연을 맺은 것도 이때부터예요. 지역 고객을 관리하며 여행 상품을 기획했죠.
그는 ‘자신의 눈치’를 고객 만족에 활용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지금은 익숙한 ‘문자 알림 서비스’. 안 기사는 이걸 2006년부터 시작했어요. 자유여행 패키지* 고객에게 시간대별로 필요한 준비물을 문자로 예약 발송하는 거였죠. 숙소 체크아웃 전 “여권을 챙기세요”라고 보내는 식이었어요.
*여행사에서 항공과 숙소를 예약하고, 나머지 일정은 고객이 자유롭게 정하는 상품.
그는 새벽 1시까지 ‘심야 여행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했어요. 퇴근한 직장인들이 여행을 계획하는 시간이 ‘늦은 밤’이라는 점에서 떠올린 아이디어였죠. 이런 서비스,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눈칫밥 먹던 시절이, 나를 ‘고객 맞춤형 인간’으로 만들었어요. 어릴 땐 친구들 말 한마디에도 숨은 행간을 찾으려 했었어요. 결국 그게 도움이 되더라고.
가령 해외 호텔로 기획 답사를 가면, 다들 멋진 곳을 찍기에 바빠요. 그런데 저는 ‘고객이 왔을 때 뭐가 불편할까’라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그게 중요했어요. 불편함을 찾으면, 해결책은 그때부터 생각해서 찾을 수 있으니까요.”

Chapter 3.
뷰티택시 : 딸의 고충에서 탄생한 ‘이동식 파우더룸’
16년간 여행 기획자로 커리어를 쌓았던 안성우 기사. ‘빵택시’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때는 2006년. 그가 일본 다카마쓰高松로 여행 기획 차 출장을 갔을 시점이었어요. 여기서 그는 시에서 운영하는 ‘우동 택시*’를 탔어요. “도시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신선한 여행 상품”이라고 느꼈죠.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인 일본 다카마쓰의 우동 가게들을 택시로 다니는 관광 서비스. 유명 가게부터 숨겨진 가게까지 찾는 건 물론, 기사로부터 우동 역사와 먹는 법 등을 들을 수 있다. 우동 택시 기사들은 ‘우동 전문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아이템은 되겠다 싶어 일본 교토 맛집을 도는 오이시타쿠시(맛있는 택시), 고베의 디저트 맛집을 도는 스위츠타쿠시(디저트 택시)를 기획했어요. 하지만 아이디어는 계속 마음속에 넣어둬야 했습니다. 해외 지역의 택시를 빌리는 건 그 도시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큰 프로젝트였거든요.”
품에 있던 기획안을 다시 꺼낸 건 2022년. 여행박사를 떠난 뒤 2년 정도 흘렀을 때였어요. 앞서 회사의 주인이 바뀌면서 원치 않는 퇴직을 하고, 팬데믹까지 견뎌야 했던 시점이었죠.
“퇴직 후 ‘내가 주인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돈이 크게 없어도, 남의 도움이 프로젝트 성패를 좌지우지하지 않는 아이템을 찾았죠.
그러다 떠올린 게 전에 생각한 ‘도시형 테마 관광 택시’였어요. 마침 대전이 ‘빵의 도시’로 유명하니, 내가 투어를 돕는 ‘빵택시’를 몰아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번에도 아이디어를 곧장 실현하기엔 한계가 있었어요. 대전이 빵으로 유명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가 모든 곳을 꿰고 있던 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그는 ‘테마 택시’를 먼저 실험하면서 빵집을 취재하는 길을 택했어요.
“제가 택시로 뭔가를 해보려 한다고 하자, 딸이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택시를 타서 화장을 고칠 때가 있는데, 괜히 기사님 눈치가 보인다’고. 거기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화장하고 싶은 분들이 원하는 걸 편히 할 수 있는 ‘파우더룸 택시’를 운영하면 좋겠다고.”

대전의 뷰티택시, ‘빵 지도’를 위한 실험실이 되다
2022년 9월, 택시를 운전하기 시작한 그는 먼저 거울을 택시 뒷자리에 놓았어요. 이후 화장하는 손님들에게 “혹시 더 필요한 게 있으시냐”고 물으며 물품을 하나씩 더했죠. 화장솜과 기름종이, 꼬리빗, 쿠션, 심지어 헤어 스트레이트너(고데기)까지 놓았어요.
뒷좌석을 파우더룸으로 꾸린 안 기사의 택시는 점점 유명해졌어요. SNS에선 ‘대전의 뷰티택시’라는 이름으로 후기가 더해지기 시작했죠. “이제 대전은 성심당과 뷰티택시의 도시다”와 같은 후기가 쌓였어요. 회사에서 ‘우수 기사’로 뽑히기도 했죠.
하지만 기세는 오래 가지 못했어요. 2024년 2월, 시작한 지 1년 5개월 만에 운영을 중단해야 했죠. ‘운영 규정에 어긋난다’며 택시 회사에서 화장품을 치우라는 요청을 했거든요.
“어쩔 수 없이 뷰티택시는 접었어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건 빵택시였잖아요?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에 닿으면 근처 빵집을 꼭 들렀어요. 빵도 하나씩 사 먹어봤죠. 그렇게 대전 빵집을 100군데 넘게 직접 돌아다녔어요. 여행 상품 기획하듯 저만의 빵 지도를 채운 거죠.”
안 기사는 준비 끝에 2025년 11월, 빵택시 운영을 시작했어요. 시작하자마자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기사님이 성심당 줄까지 서 준다”며 SNS에 소문이 났거든요. 6개월도 안 돼 그는 500만 조회수를 찍는 릴스의 주인공이 됐어요. 수천 명이 빵택시 예약 연락을 보내왔고요.

Chapter 4.
차내식부터 순례 인증까지, 빵택시 기사의 동선 설계
여기까진 빵택시 탄생 비화. 이제 빵택시가 어떤 경험을 손님에게 선사하는지 알아볼 차례예요.
안성우 기사가 이끄는 투어를 경험하면서 제가 찾은 특징은 세 가지였어요. ① 비행기를 닮은 차내식 세팅 ② 지루할 틈을 없앤 투어 ③ 뿌듯함을 남기는 순례 인증서까지. 하나씩 풀어 볼게요.
① 차내식 : 만일을 대비해 소화제까지 준비한다
먼저 택시 안의 공간. 안 기사는 손님들이 이곳에서 원하는 빵을 편히 먹도록 설계했어요.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는 것처럼요.
안 기사는 이를 위해 조수석 뒤편에 접이식 테이블을 설치했어요. 빵을 먹는 데 필요한 식기도 물론 있어요. 접시 두 개와 스푼과 포크, 나이프와 버터나이프까지. 심지어 물티슈와 일회용 비닐장갑, 먹다 남은 빵을 포장할 수 있는 지퍼백과 보냉백까지 있어요.
이게 다가 아니에요. 안 기사는 택시를 둘러보는 제게 “웰컴 키트입니다”라며 비닐 백팩을 쥐여줬어요. 생수와 녹차, 탄산수가 담긴 병음료 세 개와 발사믹 오일병, 미니 버터가 있었죠. 키트 구성품을 하나씩 꺼내다 저는 깜짝 놀랐어요. 만일을 대비한 소화제까지 들어 있었거든요.
“필요한 건 전부 다 준비했어요. 차 안에서 빵을 드시다 보면 속이 더부룩할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 드시라고 소화제도 준비했죠.
이렇게 준비한 이유가 있어요.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 서비스’를 손님께 드려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왜, 기내식을 먹을 때 괜히 설레잖아요? 택시를 타면서도 그 마음을 느끼게끔 하고 싶었죠.”

② 투어 : 최고의 맛은 기본, 지루할 틈을 없애야 한다
이번엔 빵집 투어의 내용을 들여다볼까요. 코스는 어떤 기준으로 설계했을까요? 안 기사는 600개 넘는 대전 빵집에서, 30곳을 추렸다고 해요. 그 30곳을 여섯 개의 코스로 마련해 두죠.
이때의 기준은 ‘맛’과 ‘동선의 효율성’. 맛은 기본 요소라면, 효율성은 그가 가진 노하우를 발휘하는 영역이에요. 손님이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곳에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죠. ‘대전 빵택시 1시간 추천코스 A’를 볼까요? 정동문화사에서 성심당 본점까지. 총 6곳을 찾아가는 코스죠.

“빵 투어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어요. 1분 1초가 손님의 비용과 직결되니까요. 아무리 맛있는 빵집이라고 해도 이동하는 데 30분 가까이 걸리면, 과감하게 뺍니다.
이동 동선만 생각하면 안 돼요. 시그니처 빵이 매진되는 시간도 고려해야 하죠. 가령 성심당은 매시 40분쯤 손님이 가시게끔 설계합니다. 그때가 인기 제품인 ‘김치찹쌀주먹밥’을 얻기 가장 좋은 시간이거든요. 쟁반을 챙기고 50분쯤 대기 줄에 서면, 매시 정각에 나오는 새 주먹밥을 얻을 수 있죠.”
안 기사는 손님이 빵을 사거나 먹을 때, 자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와 비하인드를 아끼지 않고 펼쳐요. 가령 대전 대덕구의 한 골목에 자리한 몽심에 도착했을 때, 그는 제게 ‘몽심’이란 이름의 비화를 알려줬어요. “사장님이 어렸을 때 몽돌 해수욕장 근처에서 자란 기억을 담아 지은 것”이라고 했죠.
빵을 사서 다시 택시에 돌아왔을 때 그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합’도 추천했어요. 소금빵을 먹을 땐 그는 먹는 순서를 이렇게 제안했죠.
“먼저 그냥 한입 드셔보시고, 그다음 한입 크기로 떼서, 발사믹 오일을 뿌려 드셔보세요. 마지막으로는 버터를 발라서 드셔보시고요. 발사믹의 감칠맛이 입맛을 돋우다가, 녹진한 버터가 고소한 풍미를 올려줄 겁니다. 한 가지 빵으로도 세 가지 맛을 느낄 수 있죠.”

③ 인증서 : ‘빵티칸 순례’라는 이름을 붙여 뿌듯함을 남겨라
안 기사는 빵 투어를 마무리하는 순간에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아 손님에게 제안했어요. 투어를 마치고 대전시청에 도착한 그, 제게 “줄 게 있다”며 빳빳한 종이를 꺼냈어요. 상장처럼 생긴 인증서였죠. 이런 문구도 인쇄돼 있었어요.
“귀하는 대한민국 빵 성지 대전 빵티칸 순례에 참가해 배불리 맛있게 먹으며 훌륭히 마쳤음을 인증합니다.”
마지막까지 뭔가를 주려 하는 안 기사의 마음이 보여 피식 웃음이 났어요. 괜히 뿌듯한 마음도 들었죠. 인증서는 집에서도 두고 볼 수 있으니까요.
“모든 건 손님들의 만족감을 배로 만들기 위함이에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면 인증서를 주는 것처럼, 저도 ‘빵티칸 순례 인증서’를 만들어본 거죠. 빵 먹고 다녔는데 인증서까지 받으면 재밌잖아요?”

Chapter 5.
손님 만족을 위해, 온몸으로 눈치를 본다
세 시간 동안 빵 택시를 타면서 제가 확실하게 느낀 게 있어요. 안성우 기사는 손님이 보이는 반응을 온몸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었죠.
실제로 그는 투어 중 손님이 ‘느끼하다고 생각할 타이밍’까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네 번째 빵집으로 향하던 때였을까요. 그는 편의점 근처에 차를 세우더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5분이 지났을 즈음, 근처 편의점에서 얼큰한 컵라면을 하나 끓여 왔죠.
“빵택시를 운전하다 보면, 손님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느낍니다. 뒷좌석이 멀지 않잖아요? 반응이 어떤지 바로바로 느껴지죠. 추천해 드린 빵을 먹고 ‘음~’ 하는 소리를 내시면 가장 뿌듯해요. 만약 그렇지 않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시면 다른 제안을 해드리려 하죠. 그게 제 일이니까요.”
그는 같은 관점으로 ‘빵집 리스트’도 업데이트한다고 했어요. 만약 한 빵집에서 유독 손님이 갸우뚱하는 반응을 보인다면? 다음번 코스를 짤 때 그 빵집은 제외하는 식이죠.
“제가 메뉴판에 올리는 빵집은 30곳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60곳의 빵집을 계속 지켜보며 찾아가고 있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손님을 ‘더 좋은 빵집’에 모시고 싶어서죠.
주관적인 맛뿐 아니라 가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알아 봅니다. 파티시에 구성이 어떤지는 물론, 보증금과 임대료가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하려 하죠. 가게의 형편이 재료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먹고 살려고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 남기는 것
안 기사가 이렇게까지 ‘손님 만족’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 질문에 그는 “손님을 위하면 위할수록 나를 둘러싼 모두가 잘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안 기사는 자신의 노력으로 대전만의 빵집을 손님에게 소개하고 있어요. 빵택시가 아니라면 성심당만 갔을 손님이, 덕분에 또 다른 빵을 맛볼 수 있게 되죠.
이 노력은 다시 손님들에게도 ‘좋은 정보’로 전해져요. 이제 빵집 사장님들은 안 기사에게 시그니처 메뉴가 나오는 시간이나, 웨이팅 현황 같은 정보를 공유하거든요. 결국 안 기사는 손님과 빵집 모두를 만족하게 만드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거예요.
“주변 분들이 저를 보면 ‘열정의 안성우’라고 부릅니다. 물론 제 아내는 이렇게 말해요. ‘먹고 살려고 꼴사나운 짓 한다’고. 저도 인정해요. 퇴직 이후의 고민을 빵택시로 돌파하려 한 거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먹고 살 궁리를 하는 게 좋습니다. 나도 잘되고, 다른 이에게도 시너지를 주거든요. 누군가를 이겨 먹으려는 마음으로는 이 일을 오래 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해요.”
올해로 예순다섯이 된 안 기사. 앞으로 빵택시를 더 큰 프로젝트로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아내와 함께 2호차를 만들고, ‘빵개팅’ 같은 소개팅 컨셉의 택시도 운영해 보고 싶다”고 했죠.
마지막으로 이렇게까지 열정을 내는 이유를 물었어요. 그는 제게 “덤으로 얻은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싶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려줬죠.
때는 여행사에서 일하던 2016년, 그는 죽음의 위기를 넘겼어요. 정맥과 동맥이 모두 막히는 관상동맥질환으로 수술을 했거든요. 당시 의사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앞으로 4년까지는 건강하게 살 테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젊은 분들이 빵택시에 보내 주는 애정에 얼떨떨합니다. ‘언젠간 이 거품이 꺼질 수 있겠다’고도 생각하죠. 그래서 늘 다짐합니다. ‘떠도는 말에 취하지 말고,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앞으로 저는 빵택시 손님들께 행복한 추억을 드리는 일에 집중할 겁니다. 그러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긴 쉼이 올 때, ‘이제 편히 쉬겠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최선을 다해서 일해야, 그 쉼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 수 있으니까요.”


롱블랙 프렌즈 C
안성우 기사와 종일 어울린 뒤, 돌아오는 기차에서 생각했어요. 빵택시의 진짜 매력은 빵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불편함을 말하기도 전에 알아채고, 느끼할 타이밍에 컵라면을 끓여 오는 사람. 그 마음을 느끼는 순간, 내가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것 아닐까요.
롱블랙 피플, 오늘은 제가 했던 빵티칸 순례의 여정을 그래픽으로 정리했어요. 오늘의 노트가,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한 것처럼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빵택시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친구들에게 24시간 무료 링크로 공유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롱블랙 프렌즈 C
‘대전 빵택시’라고 들어보셨어요? 택시를 타면, 기사님이 짜놓은 코스를 따라 빵집을 다니는 투어예요. 빵 추천은 물론, 기사님이 웨이팅 긴 곳의 줄을 대신 서 주기까지 하죠. 2025년 11월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 벌써 올해 12월까지 예약이 꽉 찼어요. 저녁 타임 운영을 신설했을 정도죠.
한 시간에 3만원을 내야 하는 빵택시. 참여자들은 이걸 세 시간씩 탄다고 해요. 사람들은 왜 여기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걸까요? ‘성심당의 도시’ 대전을 ‘빵티칸 순례’의 현장으로 만든, 안성우 빵택시 기사를 만났어요. 그가 운전하는 택시에 올라타, 경험 설계의 비하인드도 들었죠.

안성우 빵택시 기사
2026년 3월 16일 오후 2시. 대전광역시 탄방역 1번 출구 노상주차장에서 안성우 기사를 만났어요. 어른 팔뚝만 한 식빵 인형을 들고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었죠. 인사를 건네자, 인형을 흔들며 웃어 보인 그.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10만 회를 넘긴 후기 영상에서 본 그대로였어요.
택시에 오르자, 그는 “오늘 일정부터 확인해 보라”며 종이 한 장을 건넸어요. ‘빵티칸 순례’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죠. 성심당은 물론, 대전 빵 축제에서 2022년과 2024년 두 번이나 1등을 한 빵집 ‘몽심’까지. 빵집 네 곳을 다니는 일정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어요.
운전대를 잡은 안성우 기사는 저를 시내 곳곳으로 안내하며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빵집에 가는 팁부터, 그의 지나온 인생 얘기까지. 따뜻하면서도 곳곳에서 짠 눈물 맛이 느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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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택시의 내부 모습. 빵 모양의 등받이 쿠션을 비롯해 곳곳에 빵과 관련된 소품이 놓여 있다. 안성우 기사는 손님이 이동 중에도 빵을 맛볼 수 있도록 접이식 테이블과 식기, 음료와 각종 소스까지 빠짐없이 마련해 두었다. ©롱블랙
테이블을 세팅해 주며, 롱블랙 에디터에게 소화제를 건네는 안 기사의 모습. 그는 “차 안에서 빵을 먹다 속이 더부룩할 경우를 대비해 소화제를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롱블랙
안 기사는 ‘손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사진은 안 기사가 트렁크에서 휴대용 진공청소기를 꺼내 든 모습. 차 안에서 빵을 먹을 때 “마구 흘려도 괜찮다”며, “이왕 산 청소기를 부디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는 말했다. ©롱블랙
그는 손님이 빵을 사거나 먹을 때, 자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와 비하인드를 아낌없이 전한다. 사진은 대전 대덕구의 한 골목에 자리한 ‘몽심’에서 가게 이름의 비화를 전하는 안 기사의 모습. ©롱블랙
안 기사는 손님에게 빵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합’을 추천하기도 한다. 사진은 그가 소금빵을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설명하는 모습. ©롱블랙
그는 “발사믹 오일과 버터를 더하면 한 가지 빵으로 세 가지 풍미를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안 기사의 추천대로 소금빵에 버터를 바르고 있는 롱블랙 에디터의 모습. ©롱블랙
안 기사는 빵집마다 시그니처 메뉴를 꼼꼼히 파악해, 여행지 가이드처럼 손님에게 빵의 특징을 설명해 준다. 사진은 그가 성심당 케익부띠끄에서 ‘딸기시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롱블랙
그는 빵집 줄을 대신 서 주거나, 빵 카트를 끌어주기도 한다. 사진은 성심당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 안 기사가 추천하는 빵을 롱블랙 에디터가 카트에 담는 모습. ©롱블랙
빵택시는 손님의 필요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더한다. 사진은 성심당에서 ‘아이스 께끼’를 구매해 나눠주고 있는 안성우 기사의 모습. ©롱블랙
네 번째 빵집으로 향하던 중 느끼할 속을 고려해, 그는 컵라면을 끓여 오기도 했다. “성심당 김치찹쌀주먹밥과 함께 먹으면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롱블랙
안 기사는 항상 손님의 반응을 유심히 살핀다. “무엇이 불편할지 먼저 생각하는 ‘눈치’가 결국 고객을 만족시키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롱블랙
‘콜드버터베이크샵’에서 사장님과 대화하는 안성우 기사. “손님을 위하는 길이 모두가 잘 되는 길”이라는 그는, 빵집 사장님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롱블랙
안 기사는 ‘집으로 돌아간 이후’의 경험까지 설계한다. 빵택시 투어를 마치면 상장처럼 생긴 ‘빵티칸 순례 인증서’를 수여한다. 빵 투어를 마친 후에도, 두고두고 추억할 만한 ‘굿즈’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롱블랙
2025년 11월 운영을 시작한 빵택시는,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올해 2월 무료로 운영하기도 했다. 이후 “대전의 명물 빵택시를 지켜달라”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대전시의 도움으로 3월부터 다시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롱블랙
올해로 예순다섯이 된 안성우 기사는 빵택시를 ‘더 큰 프로젝트’로 만들고 싶다며, 아내와 함께 2호차를 만들고, ‘빵개팅’ 같은 소개팅 컨셉의 테마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도 손님들께 행복한 추억을 드리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롱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