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K
있을 땐 몰라도, 없으면 티가 나는 사람이 있어요. 일이 순조로웠던 건 다 그 사람 덕이었단 걸 뒤늦게 깨닫죠. 항구에선 배의 입출항을 안내하는 도선사가, 축구 경기장엔 잔디관리사가 그런 존재입니다.
클래식 공연에는 ‘악보전문위원*’이 있어요. 공연에 필요한 악보를 구하고, 편집하고, 연주자의 자리마다 올려두는 사람이죠. 그래서 업계에선 악보위원을 무대의 ‘숨은 주인공unsung hero’이라 부르기도 해요.
*한국 클래식계에선 악보계, 해외에선 오케스트라 라이브러리언Orchestra Librarian이라고 부른다.
주목받지 못하지만 꼭 필요한 이 일을, 무려 22년간 이어온 사람이 있습니다. 김보람 악보위원.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에서 일하며 정명훈 지휘자, 진은숙 작곡가 같은 세계적인 거장의 파트너로 자리 잡았죠. 최근엔 악보위원의 일을 담은 책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쓰기도 했어요.
혹시 ‘열심히 일하는데 왜 아무도 몰라줄까’ 고민하고 계신 분 있나요. 오늘의 노트를 끝까지 읽어보시죠. 오늘 소개할 김보람 위원과 함께, 눈에 띄지 않아도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얻을 단서를 살펴볼게요.

김보람 서울시립교향악단 악보전문위원
김보람 악보위원이 움직일 때 서울시향의 공연 준비도 시작됩니다. 83대의 악기가 제 몫의 연주를 하려면 ‘완벽한 악보’부터 필요하거든요. 3곡을 연주한다면, 약 200여 권의 악보를 준비하는 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