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L
나 요즘 주말에 등산 다녀. 아니, 등산은 부모님 취미 아니냐고? 그렇게 물어보면 뭘 모르는 말씀! 요즘 등산이 얼마나 뜨거운 트렌드인데!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들이 인스타에 가득하잖아.
산 정상에서 등산객들 보면서도 트렌드를 분석하는 나, 너무 찐기획자인가. 문득 궁금하더라고. 국내 아웃도어 시장 1위 브랜드가 뭐지?
찾아보니까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였어. 요 몇년만 1위 한 것도 아니더라. 2003년부터 2022년 1분기까지, 한번도 아웃도어 시장 1등을 놓친 적이 없거든. 19년째 연속 1위? 비결이 뭐야! 재무제표 좀 열어봐야겠어.
Chapter 1.
7년 만에 최고 매출 찍은 ‘등골 브레이커’
노스페이스 2021년 매출액부터 볼까. 노스페이스를 한국에서 전개하는 회사 이름은 영원아웃도어. 2021년 5444억원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어. 전년(4326억원) 대비 성장률 25.8%! 와우, 엄청 성장했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올랐어. 2020년만 해도 806억원이던 영업이익이 무려 65.1% 성장한 1441억원! 영업이익률 24.5%니까 1만원어치 팔면 2450원 남겼어. 흠, 사업 참 알차네.
노스페이스뿐 아니라 아웃도어 시장이 전반적으로 많이 성장했어. 업계 2위인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Discovery Expedition(F&F)는 4400억원 매출로 전년 대비 15% 성장했고, 3위 케이투K2는 4022억원으로 전년보다 14.2% 매출이 늘었어.
등산이 트렌드라더니, 아웃도어 시장도 따라 커졌나? 일단 코로나 영향이 컸대. 우리가 한 2년 실내에서 뭘 할 수가 없었잖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야외 활동이 늘었던 거지.
7년만의 매출 기록 갱신
한편에선 아웃도어 시장이 한동안 거듭된 침체를 드디어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있어. 2000년대 후반부터 2014년까지 불었던 아웃도어 붐 다들 기억하지? 산 뿐 아니라 동네 골목과 직장가까지 등산복 입은 사람들이 넘쳐났던 그때! 2010년 3조원이 채 안 되던 아웃도어 시장이 2014년 7조원대로 치솟았던 그때! 업계 1위 노스페이스가 이른바 ‘등골 브레이커*’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2011~2014년 연속 5000억원대 연매출을 거둔 그때 말이야.
*등골 브레이커: 2010년대 초반, 20만~80만원대의 노스페이스 패딩을 학생들이 입기 시작하면서 부모님의 등골이 휘게 만든다는 뜻에서 나온 신조어다.
2015년부터 갑자기 아웃도어 신드롬이 꺼지면서 업계는 큰 침체에 빠졌었지. 2014년 7조1600억원 규모로 추정되던 시장이 2018년 4조원 규모로 꺾일 정도로 말이야. 버티다못해 라푸마Lafuma, 살레와SALEWA, 마무트Mammut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최근 2년 사이 한국 사업을 접었어. 노스페이스 역시 2015~2019년 연 매출이 3000억원대를 오갈 정도로 고전했고. 그러다 2020년 4000억원대 매출 고지를, 2021년 5000억원대 매출 고지를 재탈환한 거야.
그럼 아웃도어 시장의 침체기가 완전히 끝난 건가? 아웃도어 업계가 전반적으로 살아나는 건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해. 업계 1위 노스페이스가 유난히 성장하고 있다는 거지. 장부엔 아직 반영되지 않았지만,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50.2%나 올랐다는 게 유통업계 분석이야. 디스커버리가 20.7% 안팎으로 오른 걸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차이지.
그럼 어떻게 노스페이스는 7년 만에 완전히 부활한 걸까?
Chapter 2.
등산광이 시작한 아웃도어 브랜드, 전설의 눕시 재킷 탄생
일단 노스페이스란 브랜드부터 한번 알아보자. 노스페이스가 미국 브랜드인 거 알았어? 난 몰랐어.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출발한 브랜드래. 창업가 더글러스 톰킨스Douglas Tompkins는 등산광이었대. 어느 정도였냐고? 고등학생 때 학교 빠지고 등산하다 퇴학을 당할 정도로! 크, 퇴학 당하고 식당 아르바이트로 돈을 번 뒤에 간 곳이 유럽 알프스의 아이거 북벽이었대. 그래, 영어로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