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코스타디노브 : 동묘를 사랑한 런던의 디자이너, 아재 패션을 MZ픽으로 만들다


롱블랙 프렌즈 C 

지난 주말, 쇼핑하러 한남동 편집숍 비이커에 갔거든요? 시선을 확 끄는 신발이 있었어요. 푸른색에 팥죽색이 섞였고 에나멜 소재처럼 번쩍이더라고요. ‘대체 이런 신발은 누가 신나’ 살펴보는데, 어라? 아식스asics 로고가 박혀 있더라고요. 제가 아는, 러닝화로 유명한 그 아식스가 맞나요? 

요즘 아식스가 인기래요. 아식스 붐을 일으킨 주역은 영국의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Kiko Kostadinov예요. 2018년부터 아식스와 스무 차례 넘게 협업해오고 있어요. 낼 때마다 품절. 첫 번째 협업 신발은 약 39만원(305달러)에 출시됐거든요? 그런데 지금 리셀가는 거의 300만원!

이 글로벌 디자이너 키코가 글쎄, 서울 동묘 시장 패션에 반했다는 거 아셨나요? 2018년 7월 한국을 찾았을 때, SNS에 동묘 풍경 사진을 올리면서 ‘세계 최고의 거리Best Street In The World’라고 적었어요. 아니, 런던의 디자이너가 소호도 아니고 동묘에 반한 이유가 뭘까요?

Chapter 1.
런던 정착을 꿈꾸던 불가리아 소년, 패션에 닻을 내리다

키코는 1989년 불가리아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건설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보육원의 청소부였죠. 여유로운 가정 형편은 아니었어요. 패션에 관심 많은 키코였지만, 옷을 사 달라고 투정 부리지 못했다고요.

“어릴 때 저의 가장 큰 걱정은 어머니의 건강이었어요. 청소 일을 하다 보면, 몸에 해로운 세제나 화학 약품 다룰 일이 많잖아요. 혹시나 건강이 안 좋아지시는 건 아닐까, 항상 걱정했죠.”
_키코 코스타디노브, 2016년 뉴욕타임스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