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한 사람이 온다는 건 그의 일생이 함께 오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지요. 에디터인 저에게는 인터뷰가 그렇습니다. 좋은 인터뷰 글은, 시만큼이나 아름다우며 자기 계발서 못지않게 열정을 끌어내요.
최근 딱 그런 인터뷰 글을 만났습니다. 책 『배우의 방』입니다. 박정민, 안재홍, 이제훈, 천우희, 오정세…좋아하는 배우들의 목소리가 담겼기에 손이 갔어요. 책장을 덮을 땐 의외의 배우에게 반해버렸죠. 주지훈 배우예요.
저자와 냉면을 먹고, 함께 삼청동 카페로 온 그가 이렇게 말했거든요.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만약 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가지 않았더라면, 음식이 1분만 늦게 나왔더라면, 삼청동 오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 중 한 명도 똑같이 못 만났을 거예요. 우리가 삶에서 만난 사람들은 시계 톱니바퀴처럼 뭐 하나만 안 맞아도 스칠 수 없었을 거예요.”
_주지훈 인터뷰, 『배우의방』_241p
솔직히, 주지훈 배우가 평소 이런 생각을 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책을 계속 읽다 보니, 정작 궁금해지는 건 인터뷰어입니다. 어떤 말과 태도가 배우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책의 메이킹 스토리가 궁금했어요. 정시우 작가를 직접 만났습니다.
정시우 작가
정시우 작가는 프리랜서 영화 기자이자, 작가입니다. 배우를 인터뷰해 책을 낼 만큼, 인터뷰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어요. 정 작가는 “어쩌면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고 싶어서”라고 답했죠. 조금 거칠게 말해서, 그에게 인터뷰란 ‘짝사랑’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