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올데이즈 호텔 : 원도심 한복판의 호텔, 옛 부산의 기억을 공간에 담다


롱블랙 프렌즈 B 

부산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마지막 밤은 좀 더 의미 있는 곳에서 묵고 싶더군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중앙동의 ‘굿올데이즈Good Old Days 호텔’을 발견했습니다. “시간과 기록으로 과거가 될 지금을 간직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더군요. 

아, 이곳이라면 부산에서의 긴 여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런 감성적인 환대를 좋아합니다. 하룻밤 차분하게 보내고 나니, 누가 이 공간을 기획했는지 궁금해지더군요. 잠시 시간을 내, 굿올데이즈 호텔을 운영하는 노시현·제니퍼 부부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노시현·제니퍼 굿올데이즈 호텔 대표

부부는 2021년 10월 굿올데이즈 호텔을 시작했습니다. 부산에서 8년 동안 운영하던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접고, 새로 지은 공간이죠. 5층짜리 건물에 객실은 9개입니다. 

굿올데이즈란 이름은, 부부가 코로나를 버티며 떠올렸습니다. 불안한 시기, 많은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고요, “지나간 일을 후회하지 말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자”고. 현재에 집중한다면, 과거가 된 그 모든 순간이 좋았던 옛 시절, 즉 ‘굿올데이즈’가 될 거라 생각한 겁니다.

노시현 대표는 말해요. “언젠가 그리워할 그날이 될 오늘, 아련하게 기억으로 사라질 오늘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사라져가는 시간에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요.


Chapter 1.
찬란한 시간을 머금었던 중앙동, 그리고 호텔

중앙동은 부산역에서 멀지 않습니다. 걸어서 30분 정도 될까요. 하지만 어쩐지 부산역과는 달리 쓸쓸합니다. 굿올데이즈 호텔을 찾아가는 길은 한산했어요. 오피스 상권인 중앙동의 오후는, 회사 건물과 가로수만이 남아 있었죠. 거리가 텅 비어, 삭막한 기분까지 들더군요.

원래 중앙동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부산시청이 있던 중앙동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부산의 중심이었어요. 항상 사람이 붐볐죠. 서울의 종로처럼요. 그러던 1998년, 연제구 연산동으로 부산시청이 이전했습니다. 많은 기업이 중앙동을 떠났고, 옛 명성을 잃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