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 마음 속에 오래 살아남는다

2022.11.23


롱블랙 프렌즈 K 

‘시는 어렵다’고들 생각하시죠. 저도 그랬어요. 박준의 시를 읽기 전까지는요. ‘사람이 문장 하나로 위로받을 수 있구나’ 처음 알았습니다. 연인과 다툰 뒤엔 그의 시를 적어 마음을 전하기도 했어요.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_환절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중에서

정시우 작가와 함께 박준 시인을 만났습니다. 카키색 야상 재킷을 입고 둥근 안경을 쓴 그는 평범한 직업인처럼 보였습니다.


정시우 작가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는 말은 박준 시인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합니다. 2012년 발표한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대중과 평단의 관심을 무섭게 빨아들이더니 19만 부를 찍었습니다. 시집 1만 부 팔기가 어려운 국내 문학 시장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입니다.

두 번째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2018)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2017), 『계절산문』(2021) 역시 대중은 환대했죠. 그의 품에서 나온 문장을 사람들은 받아 적고, 인용하고, 누군가에게 소개했습니다.

저도 그런 독자 중 한 명입니다. 영감이 필요할 때, 울고 싶을 때, 박준 시인의 글을 펼쳐보곤 해요. 타인의 섬세하지 못한 말에 상처받은 날이나, 나의 섬세하지 못한 말로 상대가 아파하는 걸 목격한 날엔 이 문장 앞에서 서성였습니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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