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전 가끔 이케아 매장을 갑니다. 사러 가는 게 아니라, 구경하러 가는 거예요. 이케아를 보면, 지금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보이거든요. 평범하면서도 감각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삶이 읽히죠.
영국에서도 그런 브랜드가 있었어요. ‘멋진 라이프스타일’의 기준을 제시한 생활용품 매장, 해비타트The Habitat와 더콘란샵The Conran Shop입니다.
두 브랜드를 통해 영국인의 일상을 바꿔놓은 디자인 대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테렌스 콘란Terence Conran 경이에요. 공간 전문가 최원석 프로젝트렌트 대표와 함께요.
최원석 프로젠트렌트 대표
콘란의 나라. 저는 영국을 이렇게 부릅니다. 콘란은 영국인들의 문화 스승입니다. 입고, 먹고, 사는 방식을 크게 바꿔놓았어요.
서른 개가 넘는 식당을 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걸 보여줬죠. 합리적인 가구점 해비타트를 통해 “누구나 멋진 집에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줬어요. 그리고 프리미엄 리빙샵 더콘란샵으로 수준 높은 라이프스타일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영국 디자인뮤지엄Design Museum을 비롯해 런던과 뉴욕의 공항 터미널을 디자인했고, 영국 전역 판자촌 주택 재개발 사업도 지휘했어요. “런던을 돌아다니면 콘란을 소비할 확률이 80%다”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죠.
2020년 9월, 콘란이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자 뉴욕타임즈는 이례적으로 긴 부고 기사를 냈습니다. 그 중 한 토막을 옮깁니다.
“그는 영국 중산층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노력했고, 크게 성공했다. 단지 더 맛있는 음식을 선보인 게 아니다. 콘란은 햇살을 받으며 먹는 일요일의 아침 식사란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호화로운 삶la dolce vita의 취향, 즉 북유럽풍 가구와 이탈리아 조명, 프랑스 식기와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모듈 선반 그리고 벽에 걸린 팝아트 같은 것을 제안한 것이다.”_뉴욕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