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베이글뮤지엄 : 기억을 집요하게 되살려, 런던 골목의 감성을 재현하다


롱블랙 프렌즈 B 

서울 종로구 런던동. 북촌한옥마을과 고즈넉한 카페가 모인 계동의 또 다른 별명입니다. 여기서 런던은 수제 베이글 가게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말해요. 베이글을 사려는 인파로 1년 내내 북적이죠. 

저도 만만하게 봤다가, 네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앞사람 이야길 들어보니, 2021년 문을 연 이래로 대기줄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슬슬 지루해질 때쯤, 환하게 열린 창문 너머로 가게 전경이 보였습니다.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유니언 잭Union Jack, 손으로 쌓아 올린 듯한 적색 벽돌 난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까지. 영국의 골목 빵집을 구현한 듯했죠. 

기다림이 ‘기대’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빵 굽는 냄새와 접시 부딪히는 소리, 나이프가 베이글을 썰 때 들리는 바삭한 마찰음, 비틀스의 노래가 감각을 자극했죠. 콘텐츠 기획자로서, ‘설렘을 설계하는 기획자’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안국동의 사무실에서 기획자 ‘료’를 만났습니다. 



료 LBM CBO

료는 한국 카페 신scene에 ‘유럽 감성’을 유행시킨 주인공입니다. 영국식 가정집을 연상케 하는 카페 하이웨스트, 영국식 스콘 맛집 카페 레이어드, 런던 골목의 베이커리를 뚝 떼온 듯한 런던베이글뮤지엄 모두, 그가 기획했죠.

맛의 비결, 매장 디자인 전략부터 짚어줄 줄 알았습니다. 료의 대답은 달랐어요. “타인을 향한 다정함으로 브랜드를 빚어올렸다”는 거예요. 브랜드 기획자에게선 좀처럼 듣기 힘든 촉촉한 표현이었죠. 얘길 좀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