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계홍 : 55세에 데뷔한 뒷골목 화가, 산동네와 변두리를 기록하다


롱블랙 프렌즈 B 

경희궁 인근을 산책하다 성곡미술관에 들렀어요. 고 원계홍 작가의 회고전 「그 너머」가 한창이었죠. 예술 애호가로 알려진 방탄소년단의 RM도 다녀갔대요. 덕분에 MZ세대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고 해요. 2000부만 찍었던 전시 리플릿이 어느덧 1만 부 인쇄에 들어갔죠. 5월 21일까지였던 전시는 6월 4일까지 연장됐습니다.

어떤 화가이길래 이렇게 주목받는 걸까요. 허유림 큐레이터와 들여다봤습니다. 작품 소장가인 김태섭 전 서울장신대 학장과도 인터뷰했습니다.


허유림 큐레이터

1923년생의 원계홍 화백은 55세가 돼서야 화가로 데뷔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어요. 1990년 유작전 이후, 그의 작품이 다시 세상에 나오기까지 33년 걸렸습니다.

잊힌 화가를 세상에 내놓은 이는 두 사람. 김태섭 전 서울 장신대 학장과 윤영주 우드앤브릭 회장입니다. 언젠가 원계홍의 그림이 빛을 볼 거라 믿었죠. 세월에 보답하듯 작품 100여 점이 관람객을 매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예술의 진가는 후대에 빛을 발하기도 합니다. 물감보다 비싼 값으로 그림을 파는 게 소원이었던 고흐처럼요. 고독한 화가의 삶, 소장가의 안목, 시대를 초월한 작품, 그리고 탄생 100주년이라는 지금의 타이밍까지. 모든 걸 관통한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