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얼마 전 K와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어요. 막상 모르는 사람 사이에 있으니 공기가 어색하더군요. 괜히 설익은 농담을 던지고 말았어요. 웃기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은 민망함만 남았습니다.
김지원 기자에게 이때의 일을 이야기했더니, “인간은 원래 그런 것”이라더군요. 그러면서 책 한 권을 추천했어요. 제목은 『웅크린 감정』이었습니다.
김지원 경향신문 기자
저도 민망함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얼마 전 한 대담의 사회를 볼 때도 그랬죠. 열심히 질문을 준비했는데 계획대로 말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이불킥’ 할 기억을 남겼어요. 평소 같으면 어떻게든 그 기억을 머리에서 지우려 했을 거예요.
이번엔 곰곰이 돌이켜 봤습니다. 제가 민망함을 느낀 상황은, 익숙한 것 대신 낯선 걸 시도했을 때였어요. 만약 제가 집에서 유튜브를 봤다면 민망한 일은 없었을 거예요. 대신 제가 대담 현장에서 얻은 경험도 없었겠죠. 그렇게 보니 ‘민망함’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네요.
저널리스트인 멜리사 달Melissa Dahl은 『웅크린 감정』에서 ‘민망함’이야말로 우리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고 말합니다. 민망함을 피할 게 아니라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는 거죠. 왜 그럴까요? 그리고 어떻게 우리는 민망함과 마주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