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저는 사진 찍히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키, 체형, 피부… 사진 속 제 모습은 늘 어딘가 부족해 보여요. 이런 기분, 저만 느끼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찌 됐든 이번 생애는 이 몸을 데리고 쭉 살아가야 합니다. 몸 없이는 나도 존재할 수 없죠. 롱블랙이 <사유로, 떠나다> 두 번째 주제로 ‘몸’을 택한 이유입니다.
평생에 걸쳐 ‘몸’을 사유해 온 사람을 만났어요. 김원영 공연 창작자입니다. ‘휠체어를 탄 무용수’라고 불리죠. 그에게 물었어요. “몸이란 무엇일까요?”
“귀찮고, 불편하고, 걸리적거리는 존재죠. 동시에 나라는 존재의 근원적인 뿌리예요.”
김원영 공연 창작자·작가
속도감. 김원영 작가와의 첫 만남에서 제가 떠올린 단어입니다. 솔직히 예상치 못한 단어였어요.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경사로를 질주해 내려오는 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 생각했을 겁니다. 휠체어가 몸의 일부처럼 익숙한 모습이에요. 한 손에 뜨거운 커피잔을 쥐고도, 능숙하게 방향을 돌릴 수 있죠. 우아하게 바퀴를 굴릴 때면 옆 사람에게 이렇게 묻기도 한대요. “방금 각도 좋았음?”
그에겐 태어났을 때부터 골형성부전증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원인 없이 뼈가 잘 부러지는 병이에요.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20번 넘게 골절상을 입었고, 10번가량 수술을 받았어요. 그 사이 가슴이 툭 튀어나왔고 하체는 짧아졌어요. 직립보행이 어려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