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보라스 : 40년간 야구를 파고 든 슈퍼 에이전트가, 선택하고 협상하는 법


롱블랙 프렌즈 C 

며칠간 비가 내린 뒤로 기온이 뚝 떨어졌죠. 쌀쌀한 날씨가 피부로 느껴질 때면 매년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곧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끝난다는 뜻이거든요. 이제부턴 상위권 팀들이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리는 포스트시즌이 시작돼요. 포스트시즌마저 끝나고 나면 다음 야구 경기는 내년 봄이 와야 볼 수 있죠.

같은 야구 팬인 백수진 에디터와 속상한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아쉬워하지 말래요. 사실 경기 시즌보다 재미있는 게 바로 ‘스토브리그hot stove league’라고요!


백수진 프리랜서 에디터 

경기가 없는 겨울에도 야구 팬들은 쉴 틈이 없답니다. 자유계약(FA·Free Agent)*으로 풀린 선수들의 계약금 협상과 이적 소식 등 깜짝 놀랄 뉴스들이 쏟아지거든요. 구단과 구단, 또는 구단과 선수가 서로 협상의 기술을 겨루는 이 시기를 ‘스토브리그’라고 부릅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에서 건너온 용어인데, 따뜻한 난로stove 주변에 둘러 앉아 다음 시즌 동향을 예측한다는 의미가 담겼죠.
*FA·Free Agent. 일정 기간 자신이 속한 팀에서 활동한 프로 선수가 소속팀을 포함한 어느 팀과도 자유로이 계약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추운 겨울을 후끈하게 데우는 또 하나의 리그, 이적 시장. 리그가 열리면 승자와 패자도 있겠죠. 스토브리그에선 구단이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선수를 영입했는지,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계약금에 얼마큼 반영했는지 등으로 승패가 결정됩니다. 스토브리그 이야기를 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있어요. 바로 스포츠 에이전트입니다.


Chapter 1.
스캇 보라스, 이견 없는 슈퍼 에이전트

스포츠 에이전트는 선수를 대리해 구단과 계약금 협상, 스폰서 계약 등 까다로운 업무를 처리합니다. 에이전트의 가치는 그가 대리하는 선수의 명성으로 증명되죠. 그런 차원에서, 야구계에 이 사람보다 성공한 에이전트는 없습니다. 바로 미국의 보라스 코퍼레이션Boras Corporation을 이끄는 ‘스캇 딘 보라스Scott Dean Boras’ 입니다.

보라스의 고객 리스트는 화려합니다. ‘스캇 보라스’라는 이름은 몰라도,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홈런*의 주인공 ‘배리 본즈Barry Bonds’나 전설적인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Alex Rodriguez’*는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 외에도 그레그 매덕스, 데릭 지터, 맥스 슈어저 등 기라성 같은 스타 선수들이 보라스의 고객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60홈런을 넘긴 선수는 총 6명이다. 이중 배리 본즈와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성장호르몬 등 금지 약물을 투약했다는 의혹으로 야구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른바 ‘클린 홈런왕’은 애런 저지다.

모두 낯설다고요? 그럼 이 이름을 말씀드려야겠네요. 보라스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2001년 LA 다저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할 때, 5년간 계약금 6500만달러(약 924억원)를 받는 계약을 성사시킨 인물입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액수였어요. 이후 류현진, 추신수도 보라스와 손잡고 대형 계약을 이뤘죠.
*보라스가 성사시킨 주요 코리안리거 계약은 다음과 같다. 박찬호 2001년 이적(LA 다저스 → 텍사스 레인저스): 5년 6500만달러, 류현진 2012년 메이저리그 진출(LA 다저스): 6년 3600만달러, 추신수 2013년 이적(신시내티 레즈 → 텍사스 레인저스): 7년 1억3000만달러, 류현진 2019년 이적(LA 다저스 → 토론토 블루제이스): 4년 8000만달러다.

국내 야구 팬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보라스는, 매년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을 흔드는 인물입니다. 사실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겐 껄끄러운 존재예요. 그가 데리고 있는 거물급 선수를 영입하려면, 천문학적인 지출이 발생하니까요. 그렇다고 보라스 사단을 보이콧하기엔 그들이 관리하는 슈퍼스타들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죠. 늘 150명 이상의 선수를 데리고 있어서, 양적으로도 무시할 수 없어요.

보라스 사단은 시장을 지배해요. 2019년을 돌아볼까요? 그가 데리고 있던 시즌 다승 2위 투수 게릿 콜(20승)과 4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18승), 그리고 평균자책점ERA* 1위인 류현진까지. 거물 투수 세 명이 동시에 FA 시장에 나왔어요. 보라스는 이 셋을 통해 당시 FA 시장의 기준치를 만들어버렸죠.
*Earned Run Average. 투수가 한 경기(9이닝 기준) 당 상대팀에 내준 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