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B
한쪽 렌즈는 둥그렇고, 다른 한쪽은 네모난 안경. 렌즈 위에 한옥 처마를 얹은 안경. 무지갯빛 물감이 뒤섞인 안경. 이런 안경, 써볼 용기가 있으신가요?
이 독특한 안경을 30년째 만들어 온 사람이 있습니다. 국내 1세대 안경 디자이너 김종필. 그의 수제 안경이 특히 유명해요. 2B 샤프펜슬로 스케치를 하고, 실톱으로 아세테이트*를 깎아 빚습니다. 매끈한 기성품엔 없는 ‘손맛’이 느껴지죠.
*안경테 제작에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 색상이 다양하고 열을 가하면 형태를 조정할 수 있다.
고고한 장인 같아 보이는 그의 30년,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사업 실패로 13억원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로 8년을 지냈죠.
그 세월을 뚫고 김 대표는 자신의 디자인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가수 양희은, 조정치, 패션 디자이너 황재근이 그의 단골이에요.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의 고급 안경점에도 그의 작품이 놓여 있죠. 삼성전자 스마트글래스 연구소에서 그에게 디자인 자문을 구하기도 했고요.
김 대표는 처절히 실패한 뒤 배웠다고 합니다. ‘나의 취향을 세상의 필요와 연결하는 법’을요.

김종필 안경 디자이너·디자인샤우어 대표
서울 망원동의 한 작업실에서 김종필 대표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그는 챙겨온 수제 안경을 꺼내 썼어요. 청록색과 갈색이 뒤섞인 동그란 안경테. 그사이 큼직한 아치형 브릿지가 돋보이는 디자인이었죠.
“인터뷰나 촬영이 있을 땐 일부러 수제 안경을 씁니다. 평소엔 저도 무난한 안경을 주로 쓰지만요. ‘너무 튀는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이런 안경은 그 맛에 쓰는 거예요.
수제 안경엔 제 취향과 개성이 더 과감하게 드러나 있어요. 이걸 쓰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세상에 더 또렷이 보여주는 기분이 들죠. 자신감도 올라가고요. 그래서 고객들에게도 ‘용기 내서 한번 써보면, 실제로 용기가 생긴다’고 권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