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온 : 포시즌스·올리브영의 향 컨설턴트가 말하는 ‘잔향을 남기는 브랜딩’



롱블랙 프렌즈 C 

어떤 향을 맡는 순간, 오래전 기억이 떠오른 적 있나요? 예전에 살던 집이나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 그때의 기분까지요. 

실제로 후각은 감정과 기억을 강하게 자극하는 감각이에요. 향으로 떠올린 기억이, 사진이나 소리로 떠올린 기억보다 더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연구도 있죠.*
*미국 브라운대학교 심리학자 레이철 허츠Rachel Herz 등이 2004년 발표한 연구. 

향이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브랜드도 향으로 고객의 기억에 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가능성에 주목한 기업이 있어요. 향기 마케팅 기업 센트온ScentOn. 포시즌스 호텔 서울과 올리브영N 성수, 제네시스 G90부터 뮤지컬 공연장까지. 고객에게 남길 인상을 향으로 기획해 왔죠. 

‘향기 브랜딩’이라니.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하잖아요?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서울 테헤란로의 센트온 사무실로 향했죠!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브랜드 심리학자

센트온을 이끄는 유정연 대표는 조향사가 아닌 마케터예요. 바슈롬 마케팅 이사, 유니레버 마케팅 임원, CJ제일제당 마케팅 상무를 거쳐 불스원 부사장까지 지냈죠.

저는 이 이력이 흥미로웠어요.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해 온 사람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향으로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오랫동안 브랜드를 다뤄온 마케터는 왜 향에 주목했을까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향을 어떻게 브랜드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요? 유 대표에게 들어보았습니다. 


Chapter 1.
악취 제거 기계를 마케팅 도구로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 향이 납니다. 물기 어린 패츌리의 흙 내음에 재스민과 카네이션의 꽃향기, 쌉싸름한 베티버와 부드럽고 달큰한 앰버가 섞여 있죠.

향의 이름은 ‘미스틱 우드Mystic Wood’. 무신사 스탠다드가 추구하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았어요. 유행을 타지 않는 옷과 함께, 오랫동안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뜻이죠. 오랜 세월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 그리고 그런 나무가 모인 숲처럼요.  

이 향을 만든 곳이 센트온이에요. 1996년 ‘에코미스트’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죠. 향기 분사기를 수입해 설치하고 관리했어요. 본 적 있지 않으세요? 일정 시간마다 ‘칙칙’하며 방향제를 뿌리는 기계예요. 주로 화장실 냄새를 없애는 데 썼죠. 

2013년, 불스원이 에코미스트를 인수했어요. 자동차 방향제를 만들다 향기 사업을 키우려 한 거죠. 당시 마케팅본부장이던 유정연도 관심이 컸어요. 대학생 때부터 향수를 즐겨 썼고, 유니레버에서 바셀린과 폰즈를 맡으며 제품 향을 개발한 경험도 있었거든요.

2016년 센트온 대표를 맡은 유 대표. 그런데 영업 현장을 보고 당황했답니다. 센트온 소개서 20장 중 18장이 기계 설명이어서요.

“영업을 따라가 보니 ‘기계가 한 달에 2만원이에요. 라벤더하고 레몬 중 어느 향이 좋으세요?’ 이런 말만 하더라고요. 저는 브랜드를 중요하게 여기고,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유 대표는 한 향수를 소개받았던 순간을 떠올렸어요. 30여 년 전, 유니레버에서 일할 때였죠. 한 향료 회사 직원이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향수를 이렇게 소개하더래요.

“넓고 밝은 마루에 하얀 소파가 있고, 커다란 꽃병에 꽃들이 담겨 있어요. 통유리창으로 햇살이 비치고요. 그 밝은 햇살 속의 화이트 플라워 향*이라고 설명하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이세이 미야케를 보면 그 사람이 묘사한 장면이 떠오르곤 해요.”
*튜베로즈, 재스민 등 향수 업계에서 하얀색 꽃들에서 느껴지는 풍부하고 매혹적이며 크리미한 향기를 일컫는 말.

유 대표는 브랜드 공간에서도 이런 경험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향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남기는 거죠. 

먼저 영업사원 명칭을 ‘센트 컨설턴트Scent Consultant’로 바꿨어요. 이들이 고객사의 브랜드와 공간을 분석해 향을 제안하도록 했죠. 

기계도 바꿨어요. 가스로 향을 칙칙 뿌리는 대신, 미세한 안개처럼 퍼뜨렸죠. 공간에 향이 은은하게 머물도록요. 그러고는 영업 자료에선 오히려 기계 설명을 뺐어요.

“지금 저희 PT에는 거의 기계 이야기가 없어요. 고객이 기계에 관심 있을까요? 관심 없으셔야 되거든요. 어떤 기계를 쓰든, 어디에 설치하든, 고객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향이 나게 하면 되는 거죠.”

하지만 고객 설득은 쉽지 않았어요. 향기 마케팅을 소개하면 여전히 “화장실 칙칙이요?”라는 반응이 돌아왔죠. 왜 돈까지 써서 매장에 향을 내야 하냐는 반응도 많았고요.

유 대표는 해외 사례와 연구 자료를 들고 고객을 찾아갔어요. 그래도 망설이면 무료로 기계를 설치했죠. 한 달 동안 직접 향을 경험해 보도록요. 

“기계를 철수하고 나면 연락이 와요. 향이 있다가 없어지면, 그 차이를 비로소 느끼는 거죠.”

체험 마케팅이었어요. 향을 맡아보기 전엔 필요를 못 느끼던 고객들이, 직접 경험한 뒤 돈을 내기 시작한 거예요. 그렇게 유 대표는 향기 마케팅 시장을 열어갔어요. 

센트온은 향기 분사기를 설치하는 사업에서 나아가, 브랜드 시그니처 향을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첫 프로젝트가 2019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었죠.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유 대표.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에서 마케팅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2016년부터 센트온에서 향기 브랜딩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롱블랙

Chapter 2.
향의 원료는 브랜드와 공간, 타깃 고객

브랜드 시그니처 향은 어떻게 만들까요? 센트온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부터 공간의 특징, 찾아오는 고객까지 살펴요. 같은 5성급 호텔이라도 남기고 싶은 인상은 다르니까요.

센트온이 시그니처 향 개발을 맡았던 포시즌스엔 이미 글로벌 시그니처 향이 있어요. 바닷가 휴양지가 떠오르는 시원한 향이죠.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총지배인은 새로운 향을 원했어요. 

“‘우리 호텔다운 향’을 원하셨어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도심인 광화문에 있거든요. 고궁과 현대식 빌딩이 어우러진 곳이죠. 이런 곳의 향이라면, 한국적이면서도 각국의 손님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센트온이 고른 건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 ‘적송赤松’이었어요. 호텔 인테리어에도 한옥의 기와와 처마에서 얻은 디자인이 곳곳에 있었거든요. 솔잎의 날카로운 향보다 나무 밑동의 부드러운 향을 살렸어요. 묵직하고 차분한 시더우드에 크리미한 샌달우드를 섞어 은은한 달콤함도 더했고요. 

반응이 좋았어요. 로비 직원이 설명 자료를 준비해야 할 만큼 향을 묻는 사람이 많았죠. 고객들의 요청으로 같은 해 향초와 디퓨저, 룸 스프레이 세트도 출시했어요. 첫 물량이 완판돼 추가 제작까지 했고요.

잠실 시그니엘 서울의 향은 또 달랐어요. 롯데월드타워 76~101층에 위치한 이 호텔, 창밖으로 하늘과 서울의 풍경이 펼쳐지죠. 센트온은 이 풍경에서 ‘하늘 정원’을 떠올렸어요. 꽃향기에 풋풋한 허브와 짙은 숲의 향을 더해, 하늘 위 초록빛 정원을 걷는 느낌을 만들었죠.

제주 중문관광단지의 그랜드 조선은 가족 여행객이 많이 찾는 휴양 호텔이에요. 센트온은 제주를 떠올리게 하는 금귤을 골랐어요. 아이부터 어른까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톡 쏘는 새콤함은 줄였어요. 산뜻하고 싱그러운 과일 향에 푸른 잎과 히아신스의 꽃향기, 은은한 머스크를 더했죠.

“브랜드의 시그니처 향을 만들 때 중요한 건 어떤 향료를 쓰느냐보다,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은지예요. 같은 향료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거든요. 결국 향도 브랜드가 고객에게 건네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시그니처 향 이름은 ‘적송’이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광화문이라는 입지에 영감을 받아 한국의 소나무를 떠올리게 하는 향을 만들었다. 사진은 포시즌스 호텔 로비. ©센트온 홈페이지

Chapter 3.
‘좋은 향’보다 ‘옳은 향’으로 설득하다 

브랜드의 향을 개발할 때 어려운 건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단 거예요. 담당자가 좋아하는 향을 대표는 싫어할 수도 있죠.

유정연 대표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마케터 시절 경험을 살렸어요. 광고를 기획할 때처럼 콘셉트를 먼저 정하고, 여러 시안을 비교하며 향을 개발했죠. 

“광고를 만들 때도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시안과 스토리보드를 만들잖아요. 제가 마케팅을 오래 해서 그런지, 향을 개발할 때도 콘셉트를 만드는 과정에 공을 많이 들여요.”

새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영업 담당자인 ‘센트 컨설턴트’와 마케팅 담당자가 먼저 머리를 맞대요. 유 대표도 종종 참여하죠. 고객사의 브랜드와 주요 고객층을 살피고, 향으로 표현할 핵심 단어를 뽑아요.

영업직인 센트 컨설턴트들은 조향 자격증도 있어요. 

“고객사가 원하는 향을 이해하고 조향사와 이야기하려면 영업 담당자도 향을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전 직원이 조향을 공부했어요. 재무 직원까지요.”

이후 연구소가 합류해요. 예를 들어 ‘건강’을 표현한다면? 활력인지, 편안한 수면인지, 젊음인지부터 구체적으로 정하고 향을 만들죠.

2024년 11월 문을 연 올리브영N 성수를 볼까요. 향의 콘셉트는 ‘뷰티 놀이터Beauty Playground’였어요. 하지만 공간의 쓰임새에 따라 향을 달리 설계했죠.

누구나 화장품을 체험하는 1~2층엔 산뜻한 허브와 시트러스 향을 썼어요. 반면 VIP와 파트너사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4~5층엔 부드러운 흙의 향을 골랐죠. 같은 콘셉트도 공간의 쓰임새에 따라 다르게 풀어낸 거예요. 

향을 개발하면 2~3개의 후보를 고객사에 제안해요. 같은 시트러스 계열이라도 느낌을 달리하거나, 허브를 더해 향의 종류를 바꿔서요. 

향 하나만 맡으면 “좋다”, “싫다”로 끝나기 쉬워요. 하지만 여러 향을 비교하면 ‘두 향을 합쳐달라’, ‘이 부분만 조정해 달라’는 구체적인 의견이 나와요.

센트온은 이런 의견을 받아 향을 다듬어요. 각 후보를 만든 이유도 문서로 정리해 설명하죠. 유 대표는 최종 결정권자에게도 가능하면 직접 설명하려 해요. 향과 발표 자료만으로는 기획 의도가 전달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어떤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할지 먼저 정하고, 그걸 떠올리면서 향을 맡아보는 거예요. 그러면 서로 생각을 맞춰갈 수 있죠.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처음 정한 브랜드의 방향에는 잘 맞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향을 평가할 기준이 생기는 거예요.”

올리브영N 성수는 같은 ‘뷰티 놀이터’ 컨셉이라도 공간의 쓰임에 따라 향을 달리했다. 체험 공간엔 산뜻한 허브·시트러스 향을, 대화와 만남이 이뤄지는 공간엔 차분한 흙 향을 적용했다. ©센트온 홈페이지

Chapter 4.  
‘향을 맡는 순간’을 설계하라 

향을 고른 뒤엔 ‘향 경험’을 설계해야 해요. 고객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강하게 향을 맡을지 정하죠. 

센트온은 서울 잠실의 뮤지컬 극장 ‘샤롯데씨어터’와 협업해요. 2000여 종의 향을 보유하고 있어, 공연마다 어울리는 향을 제안할 수 있죠.

가령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는 작품 배경인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우아함을 담은 향을 썼어요. 불가리안 로즈와 재스민, 아이리스의 풍성한 꽃향기로 표현했죠. 반면 「알라딘」에는 맑고 깨끗한 향을 골랐어요. 하늘을 나는 장면과 어린이 관객까지 생각한 거예요.

향이 나는 곳은 극장 안 포토월이에요. 관객들이 공연 전에 사진을 찍는 곳이죠. 공연이 시작되기 전 작품의 분위기를 느끼도록 한 거예요.

치과에선 향의 목적이 달라져요.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며 느끼는 긴장감을 덜어주죠. 주로 부드러운 화이트티 향을 쓴대요. 차향을 맡으면 마음이 좀 편안해지니까요. 

향의 강도도 중요해요. 호텔 입구에선 손님이 향을 뚜렷하게 느끼도록 해요. 안으로 들어가면 은은하게 유지하죠. 모퉁이를 돌 때 다시 향이 느껴지도록 하는 호텔도 있어요.

“처음에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손님을 반겨주는 향이어야 해요. ‘아, 향이 나네’ 하고 느낄 만큼요. 하지만 그 이후로는 다른 경험을 해치지 않도록 은은해야 하죠.”

샤롯데씨어터와 협업한 센트온은 작품마다 극장에 퍼질 향을 설계하고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포토월에선,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프랑스를 떠올리게 하는 우아한 장미 향을 맡을 수 있었다. ©센트온 홈페이지

‘딱 좋은 향’을 위해 천장 속까지 기어간다 

향을 원하는 곳에만 퍼뜨리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요. 공기의 흐름까지 생각해야 하거든요. 배기구 근처에 기계를 놓으면 향이 퍼지기도 전에 빠져나가요. 센트온 직원들은 그래서 공조 도면을 살피고, 사다리를 타고 천장 위 설비까지 확인해요.

유 대표는 호텔 로비를 예로 들었어요. 로비와 식당, 사무실이 같은 급기 덕트*를 쓰는 경우가 있어요. 로비에 향을 내보내면 다른 공간까지 퍼지는 거죠. 하지만 호텔은 로비에만 향이 나길 원해요.
*공기를 실내로 보내는 통로. 주로 천장이나 벽 안에 설치된다.

“다른 업체들은 이런 요청에 대개 ‘어렵다’고 답해요. 저희는 방법을 찾아보죠. 천장에 있는 점검구를 열고 위로 올라가요. 먼지를 헤치고 몇 미터씩 기어가 로비로 통하는 통로를 찾죠. 거기에 기계를 연결하면 로비에만 향이 나죠. ‘향의 구역’을 만드는 ‘조닝Zoning’ 작업이에요.” 

설치한 뒤에도 현장을 찾아요. 배기가 강하면 향이 빨리 빠져나가고, 사람이 많아져도 공기 흐름이 달라지니까요. 실내 온도가 높으면 향이 더 빨리 날아가 같은 양도 진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런 변화에 맞춰 향의 강도를 조절해요. 처음엔 자주 방문하고, 이후에도 보통 한 달에 한 번 기계를 점검하고 향료를 채우죠. 한결같은 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손을 보는 거예요.

유 대표는 “이 관리 능력이 센트온의 경쟁력”이라 말했어요. 실제로 시그니처 향 개발보다, 향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사업의 매출이 더 크죠. 

“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공간에서 어떻게 향을 내보내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저희는 향을 만들고 설치하는 데서 끝내지 않아요. 언제든 브랜드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향을 느낄 수 있도록 계속 관리하죠.”

유 대표는 “센트온의 경쟁력은 향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현장의 공기 흐름과 온도에 맞춰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롱블랙

Chapter 5.
향기는 브랜드의 새 언어가 될 수 있을까

향기 브랜딩은 아직 일부 브랜드의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공간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있어요. 센트온의 매출은 2022년 약 73억원에서 2025년 약 128억원으로 늘었어요. 3년 만에 약 76% 성장했죠.

기업들의 관심도 달라졌대요. 10년 전엔 “향을 쓰면 매출이 얼마나 오르나요?”라고 물었다면, 요즘은 “우리 브랜드다운 향이 뭘까요?”라고 묻는 곳이 늘었어요. 한 해에 개발하는 시그니처 향만 20개 가까이 되죠. 

물론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유 대표는 “이제 자라고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죠. 

“향기 개발을 하는데 왜 돈이 드냐고 말하는 곳들도 있어요. 단순히 향료를 섞는 게 아니라, 브랜딩을 하는 과정이란 걸 이해 못하시는 거죠. 그냥 향기가 나면 된다, 나쁜 냄새만 안 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고요.”

그럼에도 유 대표는 향을 활용할 곳이 더 많다고 봐요. 브랜드 매장처럼 늘 향이 나는 공간을 넘어, 짧게 열리는 이벤트에서도 쓸 수 있다고 했죠. 

“패션쇼에도 조명이며 디자인이며 음악이며 얼마나 신경을 써요. 온갖 감각을 동원해 최고의 경험을 주려고 노력하잖아요. 그런데 향은 빠져 있을 때가 많아요. 저는 그 빈틈이 다 저희의 시장으로 보여요.”

실제로 센트온은 2023년 가수 아이유 데뷔 15주년 기념 전시 「순간,」의 향을 설계했어요. 전시장 안 ‘순간의 정원’에 라일락 향을 퍼뜨려, 보랏빛 꽃밭의 분위기를 표현했죠.

같은 해 서울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 지춘희의 ‘미스지컬렉션’에 향을 더했어요. 현대적인 서울 여성의 이미지를 향으로 표현했죠.

유 대표는 이런 시도가 더 많아질 거라고 기대해요. 

“지금 어디서나 음악이 흐르잖아요. 앞으로는 향도 공간을 기획할 때 자연스럽게 고려하는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브랜드가 무엇을 보여주고 들려줄지 고민하듯, 어떤 향을 남길지도 고민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거죠.”

유 대표는 향기 마케팅을 아직 ‘자라고 있는 시장’이라고 말한다. 향을 브랜딩의 한 요소로 바라보는 인식은 부족하지만, 매장부터 패션쇼 같은 이벤트까지 향을 활용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C 

이번 인터뷰를 마친 후부터 익숙한 공간에서도 자꾸 향을 의식하게 돼요. 호텔 로비에서, 카페 문을 열 때, 쇼핑몰을 걷다가도요.

그동안은 좋은 향이 나면 그저 기분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궁금해졌죠. ‘이 향은 왜 여기에서 나는 걸까? 어떤 기분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 향도 브랜드가 고객에게 건네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걸 배웠거든요.

롱블랙 피플, 센트온의 향기 브랜딩 이야기 재밌게 읽으셨나요? 오늘 얻은 배움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면, 24시간 공유 링크로 전해 주세요! 

김지헌 교수와 시향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유정연 대표.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전하던 유 대표는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을 통해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롱블랙
인터뷰 중인 유 대표의 모습. 그는 “어떤 향료를 쓰느냐보다, 고객에게 어떤 경험과 메시지를 전달할지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롱블랙
센트온은 29CM, 인스파이어 리조트, 롯데호텔 등 다양한 브랜드 공간의 시그니처 향을 만들고, 관리하고 있다. 사진은 유 대표가 보여준 센트온의 향 샘플. ©롱블랙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채우는 향 ‘미스틱 우드’. 나무와 숲에서 영감을 받아,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브랜드의 가치를 표현했다. 센트온이 개발한 시그니처 향으로 룸 스프레이로도 출시됐다. ©센트온 홈페이지/무신사
유 대표가 포시즌스 호텔의 시그니처 향 ‘적송’ 샘플을 꺼내는 모습. 적송의 향은 묵직한 나무 향에 밝고 따뜻한 향이 더해져 편안함을 줬다. ©롱블랙
‘적송’ 향은 포시즌스 서울 호텔 고객들의 요청으로 디퓨저, 룸 스프레이, 캔들로도 만들어졌다. ©센트온 홈페이지/포시즌스 호텔
시그니엘 서울의 시그니처 향은 ‘하늘 정원’이 컨셉이다. 꽃과 허브, 숲의 향을 조합해 하늘 위 정원을 걷는 듯한 향을 완성했다. ©센트온 홈페이지/시그니엘 호텔
제주 그랜드 조선은 제주의 금귤을 모티브로 향을 만들었다. 톡 쏘는 새콤한 향은 줄이고 은은한 머스크를 더해 남녀노소 모두 편하게 즐기도록 했다. ©센트온 홈페이지/그랜드 조선 호텔
「알라딘」 공연엔 향은 맑고 깨끗한 향을 더했다. 하늘을 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다. ©센트온 홈페이지
2023년 아이유 데뷔 15주년 전시 「순간,」의 ‘순간의 정원’. 센트온은 라일락 향을 퍼뜨려 보랏빛 꽃밭의 분위기를 재현했다. ©센트온 홈페이지
2023년 서울 패션위크 ‘미스지컬렉션’의 런웨이 현장. 센트온은 현대적인 서울 여성의 이미지를 향에 담아 브랜드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센트온 홈페이지

김지헌 교수와 시향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유정연 대표.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전하던 유 대표는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을 통해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롱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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